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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로그 2010 소니 에릭슨배 GSL 시즌2 8강을 앞둔 현재까지의 중간정리(Rec.)



▶◀ 갑자원에 뜬 負けないで 영원히 지다. 다시보기

1993년 효고현에 위치한 한신-갑자원(고시엔) 구장에서 제 88회 일본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가 열렸을 때, 그 때 식전행사를 통해 이즈미 사카이의 목소리가 구장 안을 울려퍼졌다. 사람들은 "Makenaide(負けないで) / 지지말아요" 라는 곡에 열광했으며, 당시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Zard 라는 팀, 그리고 이즈미 라는 보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싱글은 고시엔 열풍에 힘입어 14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전통가요에 의존을 하고 있었던 기존 고시엔 대회의 로고송에서 거의 파격(?)에 가까운 팝스타일의 로고송으로 바뀌자 마자, 선수들도 그에 고무되었는지 88회 대회에서 쏟아져 나온 홈런수는 22년째 유지되고 있었던 43개(66회)의 벽을 무려 13개나 뛰어 넘으며 역대 최다인 60여개의 홈런을 기록하였다. 당해년도 최고의 명승부, 최다 관중을 기록한 이 선수권대회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회가 끝난 뒤에도, Zard 의 "지지말아요" 를 열창하기에 바빴으며, 이 곡은 카케 앤 아스카의 Say yes 와 더불어 90년도 최고의 곡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었다.

이즈미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가끔 저렴한 리플을 보는데, 그런 생각을 지닌 분들을 볼 때마다. 세상이 참 변했다는 생각과 동시에 허무한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일음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98년도 우연히 짝퉁 테이프를 통해 듣게 된 I can't let go 으로 맺어진 인연인지(?)는 몰라도, 그 곡에 반해버려서 그 이후로는 Zard 의 곡만은 놓치지 않고 어떻게든 앨범과 싱글을 모아가며 꼬박 꼬박 들었었다. 굳이 해명을 위해 이 좁은 글 안에서 우리네 정서를 따지고 하는게 우습긴 하다만, 그래도 이즈미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하면서도 앨범을 낼 때마다 변화되는 곡의 스타일을 즐길 꺼리는 충분했다고 본다. 그렇게 Zard 의 음악은 나의 청년시절을 MDP 의 MD 속에서 오래도록 함께 했었다.

불혹의 나이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청순함을 여전히 간직한 채 영원히 이대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팬들의 마음을 뒤로하고 결국 돌아오지 못하는 길로 새로운 여행을 떠나버린 그녀를 생각하며, 이 죽음 역시 다른 가수들이 죽어간 것 처럼 서서히 잊혀져 가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이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일까나? 그녀를 기억해주고 있는 분들은 너무나 많았다. 너무나..




포털에 메인뉴스로 뜨니까 몇몇 과격론자 분들의 반응이야 이미 예상했지만 "왜 일본인 하나 죽은 것 가지고, 국내 포털 지면에 올라오냐?"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지금 자라나는 사람들은 Jpop 하면 타키/츠바사, Wind-s, NEWS, 내지는 Mika - NANA 류의 음악만을 기억할 것이다. 90년대 말 까지 지속되던 자드의 인기는 밀레니엄 이후 쇠락하기 시작했으며, 밀리언셀러를 보장했던 그녀의 음반 역시 소수의 팬들만이 찾기 시작했다. Zard 의 이름은 서서히 오리콘에서 사라졌고, 그녀의 활동 역시 과거보다 더 베일에 가리워진 채 간간히 발매하는 싱글만 이름을 살짝 드러냈을 뿐이다. 그럼에도 젊은 시절을 함께 지냈던 Zard 에 대한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에 조금은 안도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 사람의 국적이 일본이건, 한국인이건 간에 음악 그 자체를 좋아했고,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15년간 보여준 그 꾸준함을 좋아하는 그 정도라면 떠나가는 그녀의 마지막 배웅을 하기에 더 없이 충분하지 않을까?

Zard 는 몇년 전 일본 Being 사에서 진행된 주얼리와의 만남을 통해 "50대, 60대를 넘어서서 영원히 노래를 부르고 싶다" 라는 희망을 표출했건만... 이 세상에 정녕 신이 존재한다면 왜? 그녀에게 쏟아진 팬들의 사랑을 질투했는지, 왜 그녀의 희망을 꺾어버렸는지 물어보고 싶다.


▶◀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닥쳐진 비극을 애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많다. 그렇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당장 주변에 있는 사람의 경조사 하나 챙기기 버거운 것이 보통 아니던가? 그런 주제에 국내 사람도 아닌 일본 사람을 추모해 줄 이유가 있냐? 라고 물어보면 달리 해 줄 말은 없다... 단지 내가 이즈미를 추모하려는 이유는 나와, 그리고 추모의 리본을 단 모든 팬들이 그녀와 그녀의 음악과 함께 젊은 한 때를 보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뿐이다... 이젠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마음 속을 파고들 때면, 외로웠던 한 때 방황했던 마음을 잡아주고 용기를 준 Makenaide 를 기억할 것이다. 그 땐 일본어도 몰랐고, 가사의 의미도 전혀 몰랐지만 그녀가 외치는 단 한마디 Makenaide 만은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힘내라구! 말이지

덧글

  • iris 2007/05/28 16:59 #

    후 오늘 자다 일어 나서 놀라서 멍하내요 ㅠㅠ
  • 플리 2007/05/28 19:04 #

    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청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동안 내 엠피를 가득 채우곤 했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렇게 갑자기 사라질 줄은 몰랐다능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휴...
  • Feelin 2007/05/28 21:40 #

    전 97년도에 永遠으로 알게 되었죠.. 아 노래 너무 좋은데..ㅠㅠ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준 존재가 사라진다는건 너무 슬픈 이야기입니다.
  • 린민메이 2007/05/28 21:56 #

    퇴근후 기분좋게 밸리 돌려고 이글루 입장 그러나 이오공감에 떠있는 글을 보고 음악 밸리까지 찾아가서 무슨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이거 엄청나게 멍해지는군요...(...) 예전 제 학창시절의 한부분을 차지했던 그녀(의 노래들)였는데... 하... 하하...

    ... 이오공감을 타고 왔습니다.

    .hack//Goddess Is Forever, 스쿨드의 행운을-!!
  • Audi 2007/05/28 22:35 #

    안녕하세요? 이오공감에서 왔어요. 전 JPOP 해봤자 고등학교 때 X-Japan이라던가, ZARD 등 몇몇 노래만 접해본 기억이. 전 ZARD나 JPOP을 열렬히 좋아한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 시절 추억들이 하나, 둘 떠나는 것 같아 씁쓸하더라구요. 자살설도 있고 말도 많네요. 쯔압.
  • twina 2007/05/28 22:48 #

    지금도 귓가에 쟁쟁할 정도로 좋아하는 곡인데... 마케나이데 가사처럼 "고코로와 소바니 이루" 일까요. 참 섭섭하고 허탈하네요
  • 나상 2007/05/28 23:19 #

    온라인이라는 거대 정보창이 없었던 시절에도 어떻게 다들 알았는지
    zard cd를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나네요.
    저도 엄청 좋아한다고 볼 수 는 없지만, 자드의 이런 소식은
    큰 반응이 나올만 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저 쪽바리 하나 죽었다고 난리냐는 사람들 신경 쓸 필요가 없지요.
    명복을 빕니다..
  • 가부키쵸 2007/05/28 23:26 #

    저도 제 친구도 충격이 너무 커서 할 말을 잃었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날씨좋다 2007/05/28 23:28 #

    한 때 열렬한 팬으로서 負けないで 듣고 눈물을 흘렸지요... 오늘 ;ㅅ;
  • Sakiel 2007/05/29 00:57 #

    전 노래 하나 듣고 있는데도 도저히 지우질 못하겠습니다. 자드 노래라곤 하나 아는거 뿐인데 아직도 이즈미씨의 목소리와 그 곡의 피아노음을 도저히 떨쳐낼수가 없더군요.
    처음 들었을때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일본인이고 한국인이고 구별없이 생명은 그 불빛이 꺼졌을때 추모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 예그리나 2007/05/29 01:05 #

    이오공감 타고 왔습니다..학회 준비 때문에 이즈미 언니 부고를 이제서야 접했는데 포탈에 난무하는 몰상식한 댓글에 속상하다가 속시원한 포스팅보고 위로받고 갑니다. 트랙백할게요..
  • FinePEACE 2007/05/29 01:12 #

    저도 이오공감 타고 왔어요.. 저도 트랙백 보고 합니다.
    정말 마음이 싱슝생슝하네요.. ㅠ_ㅠ
  • 디비 2007/05/29 01:16 #

    이제 다시는 이 목소리로 불리우는 신곡을 들을 수가 없는 거군요.
    그다지 팬이라고도 할 수 없는 존재엿지만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 ahin 2007/05/29 01:51 #

    9정말 90년대 후반 고등학교를 보낸 사람들에게 잊지못할 그녀였죠.

    착잡해서 소주한잔 합니다.. 좋은곳으로 가시길..
  • 슈팅매냐 2007/05/29 02:41 #

    ㅠ_ㅠ..고등학교시절에 처음 알게된 이즈미상..그때 처음 접한곡이..곤나니 소바니 이루노니~였나..그당시엔 일어도 모르면서 흥얼거렸던..그녀의 비보를 접하고 나서 가슴한구석이..텅비어버리는 느낌이네요..지금 그녀의 노래를 듣고있습니다...부디 좋은곳으로 가셨으면..
  • 슈리첼 2007/05/29 03:47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런데, 일본사람이건 한국 사람이건을 떠나서 사람이 죽었다는데 그 기사에서 싸우는 녀석들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요....?
  • 샤띠야 2007/05/29 19:09 #

    좋은 곳으로 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잊지 못할 껍니다.
  • 마케군 2007/05/29 22:09 #

    어제 착찹한 마음에 소주 한 잔 기울였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기를 진심으로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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