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이제동!

60-70년대에나 나옴직한, 지금 들으면 꽤나 유치한 '선동' 스러운, 그러면서도 저러한 곡들을 듣고 사람들이 움직였다는 게 더더욱 신기한, 그런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제목부터 그렇지 아니한가?

스타리그를 떠나서 스타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임요환이라는 이름은 알 정도로 이미 그의 이름은 전설 이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3연벙부터 송병석, 김동수 사태와 각종 음모론도 끊이질 않았지만 그것을 상회할 정도의 경기력으로 그는 화답했다. 전략 시뮬레이션을 전략답게 만들었고 2000년을 필두로 슬슬 약발이 떨어져 가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새로운 전성기를 창출했다. 팬들이 붙일 수 있는 최고의 우월한 호칭 '황제' 는 임요환이라는 이름보다 더 유명한 단어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본좌' 라고 칭했다. 감히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었던 제국의 황제, 자연신과 스스로를 동격화 했던 파라오 람세스 2세와도 같았으니까 말이다. 물론 이후에도 나루토의 호카게 체계 처럼 임의 후계자들이 등장했다. 황제의 시대를 이어받은 하늘이 내린 천재의 등장! 그가 이윤열이었다. 4대천왕이 리그를 주름잡고 날뛰던 시절에도 이윤열은 박정석, 박용욱, 강민의 3왕 토스를 쓰러뜨렸고, 박태민과 마재윤의 저그제국에 겁없이 도전을 했다.

이후 광속, 마치 겁없이 RPM 악셀레이터를 달고 아우토반을 미친듯이 질주하던 두 명의 후계자가 등장했다. 최연성과 마재윤! 3-4대 본좌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짧은 기간 안에 승리를 소위 '쓸어' 담다시피 했다. 도저히 그들의 적수가 없어보였다. 한 때 프로토스는 마에스트로의 가공할 파괴력 앞에 '재앙'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정도였고, 미칠 듯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쏟아지는 기갑부대의 철의 장막 앞에 그 어떤 전략과 전술도 통하지 않았던 최의 시기를 '괴물의 난' 이라고 칭했다.

그리고 스타의 세계는 혁명가의 3.3난(김택용의 난)을 기점으로 수 많은 영웅들과 과거의 영웅들이 상존한 난국으로 접어들었다. 6룡이 기지개를 폈고, 최종병기가 등장했으며, 커리지를 통해 등장해 1-2년간 칼을 갈던 신예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들은 리그브레이커로, 때로는 로열로더 라는 이름으로 개인전이면 개인전, 팀전이면 팀전 닥치는 대로 승패를 주고 받았다. 그야말로 혼전의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유난히 빛나는 네 명의 별이 있었다. 송병구, 김택용, 이제동, 이영호(테), 이들은 2007 다음 스타리그와, 곰 TV MSL의 첫 번째 시즌부터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며 앞서 나갔다. 그 와중에도 김준영, 박지수, 정명훈, 허영무, 박찬수, 박성균과 같은 명선수들도 이름을 날렸지만 장기적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은 위의 네 명 뿐이었다. 막판까지 살아남은 이 명이 드디어 자웅을 겨루기 시작했고 각종 리그를 통해 살아남은 것은 결국 이제동 뿐이었다.

특히 프로리그에서 경쟁적으로 승리를 쓸어담은 김택용, 이제동, 이영호(테) 는 막판까지 다승왕 경쟁 체제를 구축하지 않았던가? 여기서 이영호가 막판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개인리그와 팀리그에서 먼저 떨어져 나갔다. 김택용도 이번 스타리그에서 살아남지 못했지만, 이제동은 달랐다. 미칠 듯한 연승 이후 저그전에서만 내리 3연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 '이제동 지옥주' 에서 이제동은 그야말로 '광인' 의 모습을 보여주며 개인리그면 개인리그! 팀리그면 팀리그 모조리 승수를 쓸어 담았고, 그 결과 역시 양대리그 4강에 팀의 결승 진출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산출해 냈다.

어느 시기에나 시대를 평정한 본좌들이 있긴 했으나, 지금 정도로 강력한 선수들이 포진한 가운데서도 이뤄낸 결과라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본좌들 중에서는 가장 강력한 완벽함을 보이지 않나? 싶다.

최연성이 박정석과의 경기에서 광인에 가까운 수비력으로 판도를 뒤집어 버릴 때가 그에게 있어선 최고의 전성기였고, 마재윤이 MSL에서 진영수와, 스타리그에서는 변형태와의 5경기까지 가는 대혈겁을 벌일 때가 그에게 있어선 최고의 전성기 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동은 앞으로 닥쳐올 스타리그 4강과 MSL 4강이 그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전성기가 될 지도 모른다.

다만 이제동의 경우는 과거의 다른 선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옥과도 같은 연습만으로 슬럼프를 확실히 극복해 낸다는 점이다.

진영화에게 지난 6월 18일 MSL 에서 불의의 4게이트 일격을 맞고 패배한 뒤, 22일 다시 프로리그의 전장에 모습을 나타낸 그는 김명운을 쓰러뜨리고, 24일 스타리그에선 그에게 패배를 안겼던 김정우도 완벽하게 찍어버렸다. 27일 프로리그에선 당시 잘 나가던 우정호를 격추시켰고, 28일 곰클래식 16강에선 박영민을 2:0으로 셧아웃 시켜버렸다. 그것으로 멈추지않고 30일의 프로리그에서는 김현우를! 그 다음 7월 1일의 스타리그에선 최대의 난적으로 꼽혔던 이영호를 아무것도 못하게 얽어매 버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 다음 날 MSL 에서는 신상문이라는 난적을, 그것도 신상문의 맵인 아웃사이더에서, 신상문의 저그전 신트레이드인 2스타 레이스를 원천봉쇄 하며 승리를 거두었고, 자신을 패배시켰던 진영화에게 인간이라고 믿기 힘든 운영으로 완벽하게 앙갚음! 당당하게 패승승의 법칙대로 16강에 오르는 기염까지 토했다.

그러나 이후 힘이 빠졌는지 송병구, 이재호, 박명수에게 3연패, 또 곰클 8강에서 김정우에게 2:0으로 무력하게 패배하며 슬럼프가 닥친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다시 13일의 프로리그 부터 이주영을 잡아내면서 미친듯한 파괴력을 이어나갔다. 김구현을 16강에서 잡아 챘고,

이제동 '지옥주'에 접어들자 마자, 그는 고인규에게 1차전에서 일격을 맞아 주춤거렸지만, 16년 우방 달인 고인규를 결국 3:2로 격파하고 4강에 오르는 파괴력을 자랑했으며, 다음 날 스타리그에서도 김명운을 또 다시 잡아내고 4강에 올랐으며, 프로리그에선 CJ의 수호신이었던 김정우를 두 번이나 잡아내며 포스트 시즌 승률 1위, 다승 공동 1위(12승)을 이루며 팀의 결승행까지 이끌어 냈다.

가히 이정도라면 승수의 절반을 떼서 남에게 줘도 남아날 승수가 아닌가 싶다. 앞으로 어디까지 그가 괴력을 발휘할 지는 모른다. 그가 지나갈 길 모든 것이 앞으로는 새로운 '길' 이 될 테니까 말이다. 이 스타 관련 리그들이 언제까지 유지될 지는 모르지만, 내 생각엔 이제동이 최후의 본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이 선수를 넘는 선수가 나올지도 미지수이며, 이제동에게 라이벌은 존재하지만 결코 그의 콧대를 꺾어 누를 선수가 없다는 것도 특이할만 하다. 강자들이 즐비하지만 그 강자들을 평정한 제왕의 모습이 아니던가?

케스파 공인 랭킹포인트 3000점 돌파의 대기록을 축하하며! 지구 끝까지 달려라 이제동이여
 

by 야옹이 | 2009/08/03 16:54 | 관전실 | 트랙백 | 덧글(1)

Commented by 민성 at 2009/08/03 17:39
파괴신을 찬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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